Saturday, March 23, 2013

박정근 7차 공판 기록 2012/10/10 (3/3)



(검사, 이광철 변호사 최후 변론 종료. 이민석 변호사, 박정근 차례)
15:36
이민석 변호사(이하 '이민'): 앞에 말한 내용들과 중복 안 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국가보안법 사건은 피고인의 경력, 사회적 지위, 행위의 경위, 소속단체, 목표 등 해당 활동과 연관성이 있는 문제들이 있는지 고려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중 어떠한 부분도 북한 찬양과 관계가 없습니다.
피고인의 경력을 보면, 대학을 중퇴하고 학생운동을 전혀 모르고 이와 전혀 관계 없이 살아 왔으므로 북한 찬양과 전혀 무관합니다. 피고인은 사진으로 생계를 이어 오다가 작년 9월에 당원인 친구를 만나 사회당에 입당했는데, 사회당은 반 북조선노동당 성향의 정당입니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경력은 북한 찬양 의도와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피고인의 행위의 경위를 보겠습니다.
리트윗과 글 인용은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해 장난으로 리트윗한 것입니다. 피고인이 2010년 8월부터 리트윗한 북한 트위터 계정 글은 많은 남한 젊은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에 그들 상당수가 접속하고 팔로하고 리트윗합니다. 해당 트위터 계정의 과도한 체제 찬양 발언에 대해 다수 젊은이들은 '오버한다', '닭살 돋는다' 등의 반응으로 비웃습니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리트윗 행위의 동기는 단지 재미있어서 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피고인의 심리적 동기를 보겠습니다. 이는 피고인의 친구인 밤섬해적단, 그리고 북한 패러디 및 일본 오따꾸 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하실 것은 일본 오타쿠 문화도 북한 조롱을 즐긴다는 것입니다.
밤섬해적단의 이름과 로고를 피고인이 만들고 그 활동에 간여했는데, 밤섬해적단은 간섭을 싫어하고 자유로운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밴드입니다. 피고인과 성향이 비슷한 이 사람들은 억압적인 체제인 북한도 싫어하며 '서울 불바다' 등의 표현을 욕설로 조롱하였습니다. 남한의 국가보안법과 북한 체제를 둘 다 비판하는 맥락에서 '서울 불바다' '서울을 주사로 붉게 도색하자'라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다음으로 오타쿠 문화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타쿠 문화의 키워드로 '모에'가 있습니다. 이건 한 마디로 어떤 대상에 '뻑 갔다'는 말입니다. 아무 데나 모에 모에 갖다 붙입니다.
2010년 10월에 이런 인터넷 오타쿠 문화에서 '모에모에 가타조선(?) 북조선', '장군님 모에' '기쁨조 모에', '큰 얼굴 모에' 등 비아냥 글이 등장했는데, 2010년 말까지 이러한 활동이 네티즌의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피고인도 이런 '모에' 형식을 북한 조롱에 활용했고, '모에'라는 단어가 트위터에 많이 나옵니다.
'안경쓴 모에', '청년시절 귀여운 모에', '모에 대포동', '우선 장군님부터 모에', '선군정치 모에', '인민군 모에' 등등이 그 예입니다.
이와 같이 피고인의 북한 관련 글의 심리적 의도는 패러디 의도입니다.
행위의 목적은 반대심문에서 말씀드렸습니다. 피고인은 찬양고무행위의 목적이 없었습니다.
그 다음 가입단체입니다. 국보법 사건은 단체가 중요합니다. 피고인은 가입된 관련 단체가 없습니다. 오히려 북한 체제에 반대하는 사회당원으로서 580여건의 북한 조롱 글을 썼습니다.
피고인은 '김정일 성도착증', '김정일 카섹스' 등의 글을 썼는데요.
결국 국보법은 그 내용에 동조하고 찬양고무 의도로 글을 쓴 것을 처벌해야 하는데, 이미지, 표현물을 인용한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피고인은 그런 이미지, 표현물을 인용해 북한을 강하게 조롱했습니다. 만약 피고인이 북한에 있다면 당장 수용소행이고 내일 생존을 장담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검찰 수사의 문제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피고인의 7만 트윗 중 문제가 된 것이 7백 개 이하입니다. 피고인이 더 많은 글로 표현한 조롱 맥락을 검찰은 일부러 모른 척 하고 전후맥락을 삭제해 구속 기소했습니다.
같은 날의 글 중에 북한 찬양 내용이라고 문제된 트윗과 김부자를 욕하는 글이 있습니다. 계속 욕하다가 어쩌다 칭찬하는 듯한 말을 한 것이 종북이 되나요? 이런 식이라면 술 마시다 한 농담도 다 처벌해야 합니다?
고 정주영 회장은 1992년 대선 출마 당시 공산당 합법화를 주장했습니다.
소떼 방북 후 언론 기자회견에서는 "세계 여러 장군들을 만나 봤지만 김정일 장군은 진짜 장군다운 장군님"이라며 공개적으로 찬양 발언을 했지만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그 의도가 대북사업의 성공을위한 아부성 립서비스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피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조롱 목적이 명백한데 검찰은 맥락을 배제하고 피고인을 종북으로 몰았습니다.
피고인의 트위터 글과 정주영의 언론사 인터뷰 중 어느 쪽이 파급 효과가 클까요? 비교도 안 됩니다. 그러나 피고인만 구속되었습니다.
검찰이 무리한 접근으로 피고인을 기소했다는 결론이 이 지점에서 나옵니다. 검사님은 "제 3자라면 종북 발언으로 볼 것이다"라고 하셨지만, 제 주변의 모든 '제 3자'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 장난으로 여기거나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주영 발언을 문제로 봅니다.
그러므로 본 사건은 종북 의도가 없는 한 청년에 대한 폭력이며, 누구나 장난 발언을 했다고 구속되는 격이 되었습니다.
국가보안법으로 지키려고 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한 것입니다.
피고인은 석방 후 공포에 시달리고 인간성 말살을 느꼈습니다. 이 사건은 전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재판이 중요합니다.
인권 후진국으로 낙인 찍힌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살리는 시금석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십시오. 이상입니다.
15:48
판사(판): 검사님, 의견서는 파일로 보내 주실 거죠
검사(검): 다듬어서 제출하겠습니다
판: 변호사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피고인 최후진술 하겠습니다
검: 변호인 발언에 대해 코멘트 좀 할 기회 주십시오
판: 검사님 의견은 피고인 최후진술 후에 시간 드립니다
박: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종이를 건넨다)
우선 몇 달간 재판을 위해 애써 주신 모든 분들과 끝까지 들어 주신 재판장님 감사드립니다.
국보법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지만, 이 법은 분단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고 언젠가는 없어질 법이지요.
작년 9월 21에 압수수색을 당하고 1년이 넘게 지났습니다. 재판을 거치면서 제 생각이 정리되어야 정상일텐데 저는 아직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변호사님이 말씀하셨듯이 반공교육 세대가 아닙니다. 저보다 2~3살 위까지는 한 것 같은데,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고, 제가 거친 정규교육과정의 교과서에는 '괴뢰 정부' 등의 표현이 없습니다. 제게 북한은 '배고픈 사람들이 많이 사는 북쪽 어느 나라구나…'라는 생각, 그게 다입니다.
국보법에 대해서는 뒤늦게 공부를 좀 하긴 했지만, 북한이 법적으로 반국가 단체라는 것도 뒤늦게 안 제가 무슨 목적과 의도로 변란을 주도하겠습니까.
제가 지령을 받아요? 저는 제 부모님 말씀도 안 듣는 못난 아들입니다.
제가 반성할 것이 굳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그동안 목적 없이 살았다는 것을 반성합니다.
휴… 재판장님께 말씀드릴 중요한 내용은, 앞으로는 그동안 했던 표현처럼 계속 하지는 않을 거라는 겁니다. 자의건 타의건 지켜 보는 사람이 많아졌고 책임이 커졌습니다. 앞으로는 자제할 의사가 있습니다. 제 의도가 어떻든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경솔하고 저속한 표현에 대해 지적해 주시는 것은 좋습니다. 그건 좋지만, 권위로 그걸 처벌할 수 있는지, 그 정당성은 여전히 의심이 갑니다.
저는 트위터 유저나 활동가 이전에 아버지 사진관을 물려 받아 운영하는 대학 중퇴생이고, 영화 좋아하고 친구들과 음악을 만듭니다.
국가보안법과 반국가단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제가 어떤 말을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 차라리 바보 취급을 받는 것이 낫겠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마음 편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길 바라며 이상 제 최후진술을 마치겠습니다.
말이 조리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15:55
판: 피고인 앉으시고요, 검사님 간단한 코멘트요. 공식적 공판 내용은 아닙니다. 오해 있을까봐 말씀드립니다. 간단히 해 주세요.
검: 앉아서 할까요
판: 네. 제게 하는 말씀 아니니…
검: 우선 변호사님 주장에 대해 제가 말씀드린 것의 주체의 문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변호사님이 하신 말씀을 변호사님이 하신 말씀으로 인용했는데 변호사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것에 대한 공격이 아니니 오해 안 하셨으면 좋겠고요. (검사가 변호사의 북한 조롱을 강조하는 전략에 대해 딴지를 걸고, 변호인들이 피고인의 정당한 변호인의 조력을 거친 발언을 변호사의 주장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던 부분을 말하는 것)
 그리고 저의 발언을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검찰의 법률적 판단에 의한 공식 입장을 개인이라고 몰아 가시면…
이광철 변호사: 그것도 주체 차원으로 봐 주세요…
검: 예…
또, 의견의 간극을 강조하셨는데요, 아주 평행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입장의 간극은 좁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기관은 체제를 유지하고 질서를 수호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검사가 국보법 철폐를 주장할 순 없지 않나요?
다른 생각의 존재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람 생각은 변할 수 있습니다. 한 번 한 생각이 영원히 가는 건 아닙니다.
검찰과 공안측 사람들이 일정한 고정된 생각을 갖고 있고, 이는 잘못되었으니 바뀌어야 한다고만 본다면, 이는 국가의 발전의 가능성을 고정하고 막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문제제기한 건 공안정국이라는 용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아날로그적 공안당국'이라는 표현의 속뜻 문제입니다. 공안이 낡고 자기 논리에 빠져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건데요,
그래도 국가 기관은 뭔가 유지하고 수호하는 사회안전망인데, 이런 역할을 낡고 시대 변화에 안 맞는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요.
그런 발언 취지에 대해 제가 좀 흥분했고요, 아나… 아니 그 '아날로그적 공안당국'이라는 표현 자체를 문제삼은 게 아닙니다. 
이상입니다.
15:59
판: 수고하셨고요 선고는 11월 21일 오전 9시 40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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